지난 글 “경종 정지의 위험성과 P형 화재수신기의 방재학적 본질”에서 화재 감지기가 동작할 때 선로 전압이 약 3V 내외로 떨어진다는 기준을 짚어드린 바 있습니다.
2025년 2월, 모 대기업 플랜트 전기실 비화재보 공사 현장에서 바로 이 ‘3V의 저주’와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가스계 소화설비가 연동된 교차회로 구역으로, 광전식 20개와 차동식 20개 총 40개의 노후 감지기를 신품으로 전면 교체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전원을 인가하자마자 수신반은 날카로운 경보와 함께 전기실 화재를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감지기 40개 중 동작 확인등(LED)이 켜진 감지기는 단 하나도 없었고, 수동조작함(SVP)의 광전식 라인 전압은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정확히 DC 3V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전기실 교차회로 3V 드롭 현상과 일주일간의 원인 추적
현장에서 감지기 램프가 켜지지 않은 채 수신반에 화재가 뜨고 선로 전압이 3V로 뚝 떨어진다면,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선로 지락(누전)이나 결선 단자부의 접촉 불량을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현장 역시 40개의 감지기 외형이 너무나 깨끗했기에 배선 시공 쪽 하자로 의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수동조작함(SVP) 단자대에서 선로를 분리하고 상부 천장 루프와 하부 피트 루프를 각각 메거(절연저항계)로 찍어보았으나 선간 및 대지 간 절연은 100MΩ 이상으로 아주 양호했습니다. 테스터기로 찍어본 도통 시험에서도 단선 없이 루프가 정상적으로 잘 돌아 나왔습니다.
메인 방재실 수신기에서 현장 전기실 수동조작함(SVP)까지 연결된 주 간선 라인 역시 입선 상태와 단자대 조임 상태 모두 이상이 없었습니다. 계측기 수치는 다 정상인데 이상하게 선로만 물리면 전압이 원인을 알 수 없이 3V로 주저앉았습니다.
하부 배관 및 내열 전선 전면 재시공의 결단
선로 수치는 멀쩡한데 전압이 떨어진다면, 결국 바닥 케이블 피트 하부의 배관 내부에서 결로 습기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미세한 누전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전 관리자분과 상의 끝에 추운 날씨에 하부 감지기 12개 라인의 금속 배관과 전선을 통째로 뜯어내고 새 자재로 싹 다시 깔았습니다.
하지만 고생해서 하부 라인을 새것으로 다 갈아엎고 전원을 올렸는데도 테스터기 바늘은 여전히 DC 3V에 멈춰 있었습니다. 배관과 배선에는 티끌만 한 하자도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었고, 이제 남은 용의자는 새로 달아놓은 감지기 헤드 자체뿐이었습니다.

동방전자 본사 A/S 통화에서 풀린 수수께끼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어 동방전자 기술 부서에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본사 엔지니어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즘 나오는 광전식 감지기 신형은 내부 회로가 바뀌어서 예전 구형 감지기보다 평소에 전기를 훨씬 많이 먹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수신기는 선로에 흐르는 전류를 보고 화재를 판단하는데, 평소에 전기를 적게 먹던 옛날 감지기 자리에 전기를 꽤 많이 먹는 신형 감지기 20개를 한꺼번에 달아놓으니 구형 수신기 입장에서는 감지기가 작동해서 쇼트가 난 것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감지기는 불이 난 게 아니니 램프를 켤 리가 없고, 수신기는 전기가 많이 들어오니 3V로 전압을 떨어뜨리며 화재 경보를 울려댔던 것입니다.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의 회로 차이, 그리고 명판의 함정
이 현장에서 유독 광전식 라인만 3V로 떨어지고 차동식 라인은 멀쩡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차동식이나 정온식 같은 열감지기는 구형이나 신형이나 내부 구조가 단순해서 평소에 대기전류를 거의 소비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광전식 연기감지기는 어두운 챔버 안에서 빛을 계속 쏘고 받으면서 연기를 감시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전기를 상시 소비하는 전자회로가 들어갑니다. 게다가 동방전자 제품은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비화재보를 줄인다고 회로를 보강하다 보니 평상시 대기 상태에서 먹는 전류가 구형보다 부쩍 늘어난 것입니다.
구형 감지기 명판에는 적혀있지 않은 소비전류
기존 현장에 달려 있던 구형 동방전자 감지기(감18-34, P105-18020) 뒷면을 뜯어보면 정격전압 DC 24V와 형식승인 번호만 있을 뿐, 소비전류가 몇인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나중에 카탈로그 사양서를 찾아보니 이 구형 모델은 대기전류가 80㎂ 이하로 아주 낮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사다 설치한 2024년식 감지기(감22-90-1) 뒷면을 확인해 보니 ‘감시상태 소비전류 300㎂ 이하’라고 떡하니 적혀 있었습니다.
전기를 거의 안 먹던 감지기 자리에 전기를 몇 배나 더 먹는 신형 감지기를 20개나 달아놓았으니, 구형 수신반이 그 전류를 버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 셈입니다. 만약 수신기가 최신 디지털 모델이었다면 허용 범위가 넓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겠지만, 낡은 구형 수신반이라 신형 감지기의 늘어난 전류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동방전자 구형감지기 제품사양과 화경산업 신형감지기 제품사양
현장 전압 상태와 주요 감지기 모델 스펙 비교
현장에서 배선이나 감지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테스터기로 단자대 전압부터 찍어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압 상태에 따라 회로가 지금 정상인지, 화재 동작인지, 선이 끊어졌는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형 수신기 현장에서는 감지기를 교체하기 전에 제품 뒷면의 소비전류를 반드시 확인해야 불필요한 고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주요 전압 기준과 감지기 제원을 정리했습니다.
| 회로 상태 | 측정 전압 기준 | 현장 점검 및 실무 판정 요령 |
|---|---|---|
| 정상 감시 상태 | DC 20V ~ 22V | 종단저항(10kΩ) 미세 전류로 인한 정상 전압 분배 상태 (정상 감시등 점등) |
| 화재 동작 상태 | DC 2V ~ 4V (통상 3V) | 감지기 동작 접점 단락, 또는 대기전류 과다로 인해 3V로 급격히 드롭된 상태 |
| 선로 단선 상태 | 말단 0V / 인입 24V | 선로 단선 시 말단은 0V, 수신기·SVP 인입 라인은 전류 차단으로 24V가 찍힘 |
| 감지기 모델 | 대기 소비전류 | 구형 수신기 호환성 및 실무 노하우 |
|---|---|---|
| 동방 구형 (감18-34) | 80㎂ 이하 | 명판에는 미표기, 카탈로그 80㎂ 규격으로 구형 수신기에서 가장 안정적임 |
| 동방 24년식 (감22-90-1) | 300㎂ 이하 | 신형 수신반 권장 모델. 구형 수신기에 다량 취부 시 3V 전압 강하로 비화재보 유발 |
| 동방 특주품 (105DSN) | 120㎂ 이하 | 외형은 신형 베이스에 맞추고 내부 기판만 저전류로 맞춘 200개 공장 주문품 |
| 화경산업 (감09-30) | 60㎂ 이하 | 초저전류 제품으로 안정적이나 동방 베이스와 단자가 맞지 않아 베이스 전면 교체 필요 |
200개 공장 특주로 해결한 과정과 현시점 대체 방안
원인을 알고 나서 부랴부랴 소방 대리점에 연락해 예전 구형 감지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동방 제품은 다 똑같아서 예전 모델은 재고가 없다. 정 안 되면 화경산업 같은 일반 감지기를 쓰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특고압 3,300V가 살아있는 전기실 천장 상부 28개소의 베이스를 일일이 다 뜯어내고 타사 베이스로 바꾸는 작업은 현장 여건상 위험하기도 하고 공사 범위가 너무 커졌습니다.
동방전자 공장 특주 발주 (120㎂ 사양 200개 주문)
결국 대리점을 통해 동방전자 제조 공장에 직접 사정을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외형은 신형 베이스에 그대로 꽂히게 만들되, 속 내용물만 예전처럼 전기를 적게 먹는 저전류 회로로 다시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공장 측에서는 “모양은 신품으로 하되 감지부는 예전 저전류 사양으로 만들어줄 수는 있다. 다만 라인을 따로 돌려야 하니 소량은 안 되고 대량 주문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전기실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그 자리에서 200개를 주문했습니다.
얼마 후 새로 도착한 120㎂짜리 감지기로 전기실 광전식 20개를 싹 바꿔 교체하니, 거짓말처럼 광전식 라인이 DC 22V 정상 전압으로 복구되면서 수신반 화재 경보도 싹 사라졌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수신반을 보며 지난 일주일간의 피로가 한순간에 씻겨 내려갔습니다.

현재 동일한 상황을 만났을 때 현실적인 대안
현재는 공장 라인 여건상 동방전자 공장에 특주를 넣어도 이런 소량/대량 맞춤 생산을 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형 수신기를 그대로 쓰는 현장에서 신형 동방 감지기를 달았다가 3V로 떨어지는 현상을 만난다면, 번거롭더라도 대기전류가 극히 낮은 일반 감지기로 베이스까지 통째로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화경산업 같은 일반 감지기는 명판을 보면 소비전류가 60㎂ 이하로 아주 낮아서 구형 수신기에 물려도 전압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동방전자 베이스와는 핀 자리가 맞지 않으므로, 고소작업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베이스를 전량 뜯어내고 새 베이스로 결선해 주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현장 엔지니어가 챙겨야 할 실무 기준과 법령
소방시설 점검이나 교체 공사를 할 때 선로 전압 강하 기준은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203)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부품 교체라도 이 전압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소방시설 점검에서 불량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NFPC 203 전압강하 기준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203) 제11조에 따르면 감지기 사이의 배선은 송배전식으로 하여야 하며, 감지기 회로의 전로저항은 50Ω 이하, 배선의 전압강하는 감지기 정격전압의 80%(19.2V) 이상이어야 합니다.
신형 감지기의 대기전류 때문에 선로 전압이 3V로 떨어져 화재로 인식되는 현상은 정상적인 감시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므로 명백한 기준 미달에 해당합니다.
실무 교체 시 주의사항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형식승인을 통과한 제품이라도 제조사마다 회로 설계 특성이 다릅니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정품 감지기라 할지라도, 현장에 설치된 수신기가 낡은 구형 모델이라면 감지기의 대기 소비전류 스펙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특히 차동식이나 정온식과 달리 광전식 연기감지기는 신형일수록 평상시 대기 소비전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으므로, 회로당 감지기 수량이 많은 현장에서는 교체 전 명판의 소비전류를 반드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기술 기준 및 공식 법령 출처표
현장 작업 및 자재 검토 시 참고할 수 있는 공인 기준과 제조사 공식 사양 출처입니다.
| 구분 | 기준 항목 | 실무 적용 상세 |
|---|---|---|
| 소방청 고시 | NFPC 203 | 자동화재탐지설비 배선 규격 및 감지기 회로 전압강하(80% 이상 유지) 기준 |
| 공인 기술기준 | KFI 감지기 형식승인기준 | 광전식 스포트형 감지기 감시상태 소비전류 및 절연 성능 시험 기준 |
| 제조사 기술규격 | 존슨콘트롤즈코리아(DBE) | P105-18020(80㎂), New CSD(300㎂), 105DSN(120㎂) 사양서 |


